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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킴을 대가(大家)의 자리로 이끄는 힘 (2008) 본문
어제 모처럼 LG아트센터에서 한 '소니 롤린스(Sonny Rollins 테너 색소폰)' 재즈공연을 보고 왔어요.
그는 문자 그대로 대가(大家 Great Master)입니다.
재즈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며 현역 연주자죠. 79세의 신처럼 추앙받는 아우라입니다.
아마도 제 평생에... 마지막 그의 모습이 될 듯도 싶습니다...
뉴욕 맨해튼 북쪽 끝자락의 아방가르드하고 작은 연주장 '니링 팩토리(Knitting Factory)'에서의
행운과도 같은 첫 만남 이후(그때 그는 예정없이 그곳을 잠깐 방문했죠. 후배 뮤지션들을 볼겸 -
그 홀은 순식간에 생난리가 났었어요. 어리둥절해하는 제 옆으로... 친구, 관객들, 연주자들은 거의 페노메논...)
서울에서 10여년 만에 만난 그의 무거우면서도 편안하고 유머스러운... 묘하게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여전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공연을 보는 내내 어쩜 그리도 연아양의 이미지가 투영 되던지...
이미 제 생활 곳곳에 늘 그녀가 자리하고 있네요.ㅎㅎ
지난번 '유나킴과 피노누아 와인'의 의미를 글로 기록해 보았는데요...
이 글은 재즈의 대가와 그녀와의 함축입니다.
이번에도 물론 재즈 전문가가 아닌, 그저 애호가로서의 단상입니다.
앞에서 '부드러움'을 얘기 했는데요...
소니는 부드럽지 않습니다. 폭발적입니다. 그리고 때론 리듬 해체적인 실험가 입니다.
최근의 재즈 메인스트림 중 젊은 사자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 트럼펫)'의 가슴속엔
신비로운 소니의 영혼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중견 거장 '마이클 브렉커(Michael Brecker 테너 색소폰)'의 호흡과 손가락엔
치열했던 소니의 역사가 고스란히 베어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재즈를 넘어서 전 음악 장르의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준 이름이며,
비밥과 하드밥의 대표주자로서 모던재즈의 역사를 관통해온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1940년대에서 60년대에 걸친 재즈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거장들이 세상을 떠난 지금,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 소니 롤린스는 그 모두를 가슴에 품은 채 여전히 무대 위에서 재즈의 진수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직관과 파워의 핵폭탄과도 같은 그의 테너 색소폰 연주는 마치... 신과의 만남이랄까요?...
소니가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한 부드러움의 정수는... <전체의 하모니>에 있습니다.
그의 팀이 연주하는 일렉트릭기타, 일렉트릭베이스, 드럼, 봉고&믹스악기 그리고 트럼본을
그의 즉흥적이고 탁월한 직관과 경이롭고 세밀한 테크닉으로 아우릅니다.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모여 또 그것을 마스터의 최종 솜씨로 100캐럿의 보석으로 만들어냅니다.
그들의 미세한 호흡은 듣는 이를 절로 신음소리(으흐흑...)가 나오게 만듭니다.
기묘할정도로 쉽고 편하게 풋♬~풋♬~푸♬~~~로 시작하여 리드미컬하게 서서히 녹이다가도... 때론
탄탄한 하드밥의 감칠맛나는 엇박자로 손과 턱과 발을 장단 맞추게 하고...
어느샌가 새벽의 텅빈 바에서 피어무는 담배연기처럼 쓸쓸함으로 잦아들때쯤...
터질듯한 파워로 귀와 가슴을 사정없이 찢으며 100도씨로 가열된 온 몸을 엄청난 스피드로
벼랑 끝까지 몰아갑니다. 숨이 가빠 헐떡이는 최후 꼭지점에 와서야... 비로소 숨통을 풀어 줍니다.
편안하게... 자♬~자♬~잔♬~~~하며 치유하는 듯한 부드러운 세 음절 마무리로......
장내는 폭발할듯한 감동으로 누구랄것 없이 기립박수들을 쏟아냅니다. 손바닥이 터치도록...
딱!!! 유나킴의 '록산느 드 탱고'입니다!!!
유나킴은 이미 '그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예의상 쳐준 박수가 아니었습니다.
몰아치던 무아지경에서 벗어나 언뜻 정신을 차린 후, 북받쳐오르는 감동을 못이겨 절로 터져나온
바로 그 기립박수!!!... 관객의 100% 만장일치로 그녀의 아름다움에 보낸 바로 그 박수...
내셔널리즘을 넘어선 전 지구적 감동의 표현이었습니다!!!
참다운 승리자가 보여주고 이룩한 그 경의로움에 대한 고마움의 박수였습니다!!!
러시아 해설가의 감탄이 생각납니다.
" 이미 최고 전문가 수준입니다."
" 그녀는 마치 최고수준의 대가처럼 스케이팅을 하고 있습니다."
"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 얼마나 아름답고 우아한지..."
" 이건 믿기지 않습니다."
" 모든것이 아주 깔끔하고 우아합니다."
" 아주 정확하고 쉽게..."
" 스케이팅을 즐기며 타고있습니다. 스케이팅이 아주 부드럽고 우아합니다."
" 브라보!!..."
" 제 생각으로는 이처럼 이상적인 연기를 이 종목에서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탱고는 유나킴의 이미 지난 경기이지만... 그 속에 그녀의 모든것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대가도 그의 모든것을 걸작으로 만들순 없지만... 바로 '기념비'적인 상징 작품이 있기에 추앙 받습니다.
그녀는 그 걸작을 통해 대가의 자리에 올랐고 그녀의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그 기념비엔... 코리아 / 유나킴 / 71.95라는 세계신기록이 세겨져 있죠.
그 기념비 겉에 세겨져 있진 않지만... 그 속에 숨겨져 있는 100캐럿짜리 보석이 바로
<전체 하모니로서의 부드러움>입니다.
그녀가 갖고 있는 마치 악기 같은 모든 세션 요소들을 총 동원하여
매끄럽고 정확하고 아름답고 드라마틱하고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유나킴 스타일>을 연주해 냅니다.
중간의 그 어떤 불협화음도 없이 파워풀하면서 또한 리드미컬하게 전개되는 그 압도감!!!
탁월함을... 보는이에게 시원하고 유려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쉽게!!! 전달하는 경지!!!
그것은 말 그대로 '대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풍미입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절대!!! 돈빨이나 국가빨이나 로비빨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메달의 색깔로 <걸작>을 평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포디움의 높이로 <대가>를 칭송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무아지경에 빠졌던 그 <온 몸의 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우리 기억엔 몇몇 레전드 선수들이 있죠. 유나킴의 선배들입니다.
그들은 메달이나 포디움의 높이로 그 추앙받는 <명예>를 만든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쏟아진 관객들로 부터의 감동이 그것을 만든것 입니다.
그런 역사가 만들어온 <피겨의 상식 = 피겨의 정수>가 배면에 거대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치졸한 콘트롤로 누군가에게 이득이 될 듯한 그 무엇에 우리는 흥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을 심판하고 있는 더 많은 세계인들로부터 그네들에게 짐 지어질
평생의 <멍애>를 오히려 불쌍히 여깁시다.
우리에겐 기념비적인 걸작과 대가로서의 풍미를 보유한 자랑스런 이름, 김연아 선수가 있습니다.
그녀가 가는 길은 분명 쉽지 않은 길입니다. 또 아무에게나 그런 길이 주어지지도 않습니다.
또한 누군가가 대신 그 길을 가 줄 수 없습니다. 타고난 그녀 스스로 갈 것입니다.
그렇기에... 혹 그녀가 외롭고 지쳐서 힘이들때 우리의 무한사랑이 필요합니다.
그녀의 <집과 팬카페>는 그래서 그녀가 편히 쉬고 치유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부드러움'은 그저 강요나 강제에 의해 만들어내는 억지스러운 달콤함이 아닌(속이 메스껍죠),
모든것을 자연스럽게 감화시켜 '궁극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역설적인 '강함'입니다.
김연아 선수에겐 현 당대의 어느 선수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 위대한 <부드러움>의 정수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강합니다.
♥ 플라잉~유나킴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