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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담은 갈라 이매진, 두 김연아, 캐나다 두 형제 본문
ⓒ Getty Images
● 어제 김연아가 올림픽 새 갈라 프로그램으로 존 레넌 원곡이자 캐나다 가수 에이브릴 라빈이 존 레넌 트리뷰트로 부른 '이매진(Imagine)'을 선택했다는 반갑고 놀라운 뉴스가 올라왔습니다! 무척이나 기다린 소식이었어요.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피겨스케이팅 기술이나 아이스쇼의 퍼포먼스 요소보다 이 곡에 담긴 의미를 강조했다"며 "평화를 소망하는 메시지를 많은 분과 나누고 싶다"고 밝혔는데요.
가슴이 뭉클해지며... 여러가지 이미지가 머리 가득 스쳐지나 갔습니다. 역시나 언행일치의 본보기 그녀다운 멋지고 아름다운 선택... 그리고 제가 역시 좋아하는 에이브릴 라빈... 한때 내 청춘도 뜨겁게 머물렀던 캐나다... 이후 2006년 경 김연아의 팬이 되고 2008년, 캐나다에서 전지훈련하고 있던 김연아와 캐나다와의 인연, 좋은 에너지 그리고 죽음의 무도가 발표되기 전 캐나다 가수 에이브릴 라빈과 연관해서 썼던 것 등 여러 글과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올만에^^;; 다시 블로그 글을 쓰게 만든 묘한 그리고 우연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늦게 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새벽 1시 경 우연히, 오랫만에 좋아하는 다큐프로그램 KBS스페셜 재방송분을 보게 됐어요. 감동과 애잔함으로 눈물 한 바가지를 쏟았습니다... 이번 주제는 6월이라 6.25 관련 참으로 슬프고 감동어린 스토리였는데 [허시형제 이야기, 61년만의 해후]입니다. 많은분들이 보셨을 거에요.
6.25한국전쟁에 참전한 캐나다인 아치 허시. 6남매 중 둘째였던 그 동생을 걱정하던 맏아들 조셉 허시는 그를 돌봐주려는 책임감에 후발대로 입대합니다. 조셉은 좋은 직장과 환경을 다 포기하고 동생을 만나려는 일념에 전쟁터로 향합니다. 그런데 그는 7월부터 단기간 훈련을 받고 한국으로 와 동생은 만나지도 못한채 한국전쟁의 향방을 좌우한 중공군과의 치열했던 가평전투에서 불과 3개월 후인 10월에 사망합니다. 아치의 무남독녀 딸은 인터뷰에서 "큰아버지는 여러 여건상 전투나 생존기술에 부족하셨을 거에요... 그런데도 그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그 곳으로 가신거죠..."
인터뷰에 나온 한국전쟁 참전군 및 동료들의 증언 중 당시 캐나다 참모총장도 있었는데 그가 말하길 당시에는 통신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어느 군인이 어느 부대에 배속돼 전투를 벌이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이 캐나다 형제의 드라마는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참혹한 바로 그 곳에서 사망한 형 조셉을 발견한 동생 아치... 슬픈 아이러니는 같은 부대에 배속돼 전투를 벌였는데도 두 형제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채 전쟁 중 서로의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동생을 만나지도 못하고 죽은 형, 그 형의 주검을 발견한 동생의 충격.
다큐 영상 인트로에 잔잔히 깔렸던 나레이션. "아버지는 늘 한국을 생각했고 그곳에 가고 싶어 하셨습니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 온 아치의 딸이 한 말이었는데, 평생 형을 향한 그리움과 죄책감에 정신적 트라우마를 끌어안은채 아치는 2011년 사망합니다. 그리고 "한국에 묻히고 싶다"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깁니다. KBS스페셜 담당자가 캐나다에서 아치의 딸을 만난 건 작년. 두 자식을 둔 그녀는 아버지의 뼛가루 유구함을 묻지 못한채 거실에 모셔놓고 있었는데 딸은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을 따르고자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부산의 UN기념공원에 묻혀 있는 형 조셉의 시신에는 한국 법규상 부인만이 합장될 수 있었어요. 동생 아치는 같이 묻힐 수가 없었던 거죠. 이 소식을 알게 된 캐나다 한국전 전우회도 딸의 한국행에 따른 경비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모금액을 마련했고, 결정적으로 딸은 캐나다 연방의회 상원의원으로 있는 연아 마틴(한국이름 김연아)과 만나게 됩니다. 연아의원은 딸의 얘기를 전해듣곤 이 소중한 일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 느끼고 장문의 사연을 적은 공식문건을 작성, 한국 보훈처로 보내는 등 딸을 위해 많은 정성을 기울입니다. 연아의원 역시 평안남도가 고향이셨던 자신의 아버지가 멀고 먼 이곳 캐나다에 묻혀 계시기에 그 애달픈 심정을 누구보다 절실히 공감했다고 합니다.
끝부분... 한국으로 떠나기 전 딸은 아치의 부인인 그녀의 어머니와 통화를 합니다. 어머니는 노쇠해 딸과 함께 남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지 못합니다. 먼 타국으로 아버지를 보내드려야 하는 딸에게 어머니는 "얘야 울고 있니... 나는 울지 않을거다... 사랑한다... (손자에게) 잘 다녀 오거라... 사랑해..."라고 다독여 줍니다. 장면이 바껴 기자들로 가득 찬 인천공항. 각별히 예의를 갖춘 한국군 사열단, 같이 온 캐나다 참전용사들 그리고 입국장으로 나오는 두 형제의 영정과 유구함. 또 장면이 바껴 부산 UN기념공원의 한 쪽, 조셉 허시 & 아치 허시 두 형제의 선명한 묘비명 아래 그들은 61년 만에 비로소 한국땅에서 다시 만나 딸과 손자가 뿌려 준 흙과 함께 묻혔습니다.
"평생을 괴로워 하셨던 아버지가 드디어 쉬실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기쁜 일입니다. 이제... 뭔가가 끝난 것 같아요..." 딸의 떨리는 입술과 눈가에서 뭐라 표현키 힘든 슬픔과 회한이 섞여 흘러 내렸습니다... 가슴에 남는 두 인터뷰가 더 있었는데, 참전용사 빈스 커트니는 "한국에서 끔찍한 일을 겪고 돌아왔지만... 우리가 도대체 뭘 성취한 것일까?... 한국을 떠나올 때도... 별로 해준 게 없다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괴로웠어요..."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교포로 보이는 한 캐나다 장교의 인터뷰. "한국전쟁의 참상을 경험하고 돌아 온 참전 군인들은 그동안의 엄청난 한국의 발전상에 놀라며 기뻐하고 고마워 합니다. 그것은 매우 소중한데 자신들의 생사를 넘나든 노력이 인간을 위한 가치있는 일이었다고 자긍심을 갖게 합니다. 그것을 통해 서서히 그들 평생의 트라우마를 씻어나가고 있어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캐나다 두 형제분도 포함된 그 몇 백 명의 연합군과 몇 천, 몇 만 명의 중공군과 싸웠던 치열한 가평전투의 희생과 결과도 분명 영향을 미쳐 그 우연의 고리로 내가 태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국적을 떠나 같은 인간으로서의 수많은 인연과 소중한 의미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현충일과 6.25전쟁에 즈음해 그 처연했던 시대적 아픔을 온 몸으로 감내한 현재 생존해 계시거나 고인이 된 대한민국과 전 세계의 모든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캐나다의 김연아, 연아 마틴의원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2010 올림픽과 지난번 세계선수권에서 기념비적인 챔피언에 오른 피겨여제 김연아선수에게 또한 약속의 땅이자 운명적인 인연의 캐나다 역시 무척 뜻깊고... 세계인의 축제인 2014 올림픽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평화'의 의미를 나누며 '이매진'을 연기할 연아선수의 선택도 참으로 감동감동~. 이매진의 원곡자 존 레넌, 존 레넌 트리뷰트 이매진을 부른 캐나다의 에이브릴 라빈에게도 뜨거운 고마움을~.
두 김연아, 이매진, 존 레넌과 에이브릴 라빈, 새 갈라프로그램, 평화, 올림픽, 캐나다, 한국전쟁, 61년만의 해후 두 형제... 우리 삶의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인연들입니다. ● (마무리로 평화주의자로서 반전과 세상에 대한 사랑을 은유한 존 레넌의 원곡 이매진과 에이브릴 라빈이 그 의미를 추모한 커버곡 이매진 그리고 김연아&이매진 팬 몽타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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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e - Yuna Kim Fan Mont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