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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죽음의 무도, 소치올림픽 피겨경기장 본문
YUNA KIM
DANCE MACABRE
아래 사진을 보자마자 '죽음의 무도'가 생각났다!
왜 그랬을까?
이 경기장의 건축 컨셉이 죽음의 무도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것인데.
어떤 화학 작용에 의해 그런 자동 연상 작용이 일어났는지...
위대한 러시아 형식주의 - 위대한 죽음의 무도 - 위대한 김연아... 뭐 이런거였을까?
그냥... 러시아 - 김연아... 였을까?
김연아와 러시아는 참 많은 인연선을 그을 수 있지만
그래도 왜... 소치올림픽 피겨링크와 죽음의 무도냐 말이다.
소치에서 그녀가 보여 줄 그 어떤 신미(新美+神美)에 대한 내 몹쓸 강박관념?
내 무의식엔 기술과 예술의 극강조화 '유나킴 스타일'의 정점으로
죽음의 무도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아주 견고하게.
숨이 멎을듯 아름답고 강력한 피겨 예술의 끝 그리고 시작 죽음의 무도!
그것을 저 높은 곳으로 보내 놓은 나만의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색에 대한 것이다.
모든 색의 왕이 '검정'이다. 이 세상 모든색을 낳은 엄마색 검정.
'하양'은 한참 후에나 생겨났다.
검정은 그저 '죽음=악마=어둠'이 아니라 '태어남=생=동'이다.
패션장르에 있어서도 가장 화려한 색이 역설적으로 검정이다.
검정에 대한 수십억 년의 무의식이 현재의 우리에게 여전히 내재되어 있다.
검정의 찬미 죽음의 무도!
그 죽음의 무도에게서 전해 받는 에너지는 명확하다.
늘 나를 꼼짝 못하게 포박하지만 눈과 가슴은 1000˚c 열기로 폭발할듯 하다!
차갑게 식어 있던 온 몸을 뜨겁게 데펴준다.
역시 차가운 화면 너머의 모니터를 통해 어떻게 그 에너지가 내게로 전달되는지...
소치올림픽 전인 이번 시즌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은 '뱀파이어의 키스'로 시동을 건다.
죽음의 무도와도 맥이 닿아 있는 그것을 통해 몸을 데피는 김연아.
그리고 다음 버전은 도대체 어떤 음악과 움직임으로 우리를 또 다시 숨막히게 할 것인가!
세계가 미리 숨죽여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꼴깍...
드디어 완성된 2014년 피겨경기장
사진: 피겨갤러리 dd님 gall.dcinside.com
◆ ◆ ◆ ◆ ◆ ◆ ◆ ◆ ◆ ◆
세계 피겨스케이팅의 폭을 무한대로 증폭시킨 영원한 마스터피스 죽음의 무도!
다시 한번 음미해 보자.
2009 LA 세계피겨선수권 _ 죽음의 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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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영원한 마스터피스
죽음의 무도, 그 우주적 美
극렬한 검은 에너지, 죽음(死)의 춤(生).
그녀, 무시무시한 블랙홀.
137억년 전 시공(時空)과 빛이라는 이 세상 모든것의 시작점을 열어놓은 검정.
그로부터 10억년 후 검정이 터뜨린 우주의 1세대 물질들이 모여
비로소 그녀를 잉태하게 된다.
그녀의 마술적인 눈 빛, 얼음같은 얼굴, 강력한 두 팔과 다리, 날렵한 어깨.
하늘과 땅을 빛처럼 가로질러 날카로운 발톱으로 이빨로
세상을 다 움켜지곤 사정없이 물어 뜯는다.
목구멍으로 꿀꺽!
무서운 속도로 온갖 에너지를 삼키던 중... 우연히 반대편의 하양을 만든다.
조금 지친 그녀는 수소 날개에 팔을 얹고 눈을 뜬 채 잠을 청했다.
검정의 딸은 영원의 심연속에 고요히 침잠한다.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달리하는 그 필연적인 하양 곁에서...
......................................................................
억겁의 시간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어느날 갑자기 시큼한 먹잇감 냄새를 맡고 번쩍 불을 킨 눈.
이어 사방을 둘러보며 목의 힘줄을 풀고,
그녀의 억센 팔과 함께 몸 전체를 비틀어 본다.
두 팔을 길게 뻗어 손에 닫는 모든 것을 잡아 챈다.
오랜만의 걸죽한 식사가 필요했다.
"어... 이게 뭐지?"
"조금 싱겁군."
"음... 잠들기 전엔 뜨겁고 말랑말랑한 것들이 많았는데..."
"이것들은 왜 이리 딱딱하고 차갑지?"
"응?... 저건 또 뭐야?..."
태어난지 50억년 쯤 되어 그녀는 이 작은 땅을 처음 보게된다.
그녀가 잠들기 전엔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별.
제일 먼저 색(色) 파장이 언뜻... 짧은 순간(sec) 들어왔다.
어둡고 좀 밝은 대략 두 가지류의 붉은 색.
갑작스레 호기심이 일어 그 붉은 색을 쫓아 서둘러 달려간다.
수소 날개를 펴고 온 몸을 뒤로 세차게 튕겨냈다.
거대한 회오리가 되어 까마득히 솟구쳐 오른다.
천둥같은 착지 순간 돋움발을 바꿔 한 번 더 날아오른다. 시꺼먼 폭풍이다!
들끓던 대지는 등거죽이 벗겨져 끝도 없이 빨려올라 간다.
그녀의 손톱, 발톱, 팔과 다리는 위대한 수소가 만들어낸 헬륨 덩어리.
(검정의 첫번째 발현물 수소. 수소는 바로 악마, 아니 천사,
아니 처음, 아니 우주, 아니 차디찬 무생물, 아니 생명, 아니 에너지.)
하양이 생겨난 그때 보다는 많이 익숙해졌나 보다...
더 단단해진 자신의 팔과 다리가 신기해 또 신나게 달리는 그녀.
여유있게 붉은 별 끝에서 끝까지 주욱~죽 둘러본다.
또 날고 싶어 먼저 날개와 함께 팔과 다리의 자세를 갖추는데,
두 팔은 앞뒤 23.5도로 기울여 자전 축의 중심을 잡고
역으로 발목을 꺽은 후 다시 역으로 회전하며 뒤로 뛰어 오른다.
또 다시 하늘 끝으로 극강회전을 하고 있다.
잠시 후, 지각를 뒤흔들며 한 발로 착지해선 다른 발과 두 팔을
핏빛같은 하늘로 찔러 검정 자신의 위엄과 힘을 알린다.
그런데... 사뭇 다르다, 조금 전 첫 비상하곤.
그녀의 팔과 다리는 이제 좀 더 단단해진 탄소 집합체.
붉은 별 곳곳을 무자비하게 짓이기며 죄다 빨아들이고 있다.
아니 먹어 치우고 있다. 섬찟한 뿔까지 과시하며.
그녀의 몸은 천 개의 태양보다 뜨거웠다.
식히고 싶다. 어디로 갈까?
그녀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게야...
그렇지만 아쉬운듯 여즉 이 작은 별을 두루두루 탐닉하고 다닌다.
어느새 시뻘건 돌덩어리들이 터져나오는 대지 끝으로 날아갔다.
"이 별은 언제 생긴걸까?"
"이곳엔 재미있는 것이 은근히 많아, 후후후..."
그녀는 꽤 오랫동안을 더 날아다녔다.
진 붉은 하늘 너머의 검은 우주를 한동안 올려다 보기도 한다.
자세를 바꿔 한쪽 다리를 높이 틀어 잡았다.
여전히 뜨거운 대기속을 고요히 가로지른다.
집착과도 같이... 이 붉은 인력으로부터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부드럽게 두 팔과 다리를 내리며 천천히 하강한다.
꿈틀대는 대지를 밟자마자 이내 솟구쳐 오르는데
이번엔 앞으로 뛰어 회전하며 다시 한번 검은 폭풍을 일으킨다.
그녀는 비상을 위한 팔과 다리 자세에 늘 신중을 기한다.
불바람을 몰고 온 착지 후 곧바로 날카로운 팔을
지면에서 하늘쪽으로 세차게 그어 땅덩이를 순식간에 갈라 놓는다.
그런데... 그 속엔 별 신통찮은게 보이질 않는다. "어?..."
강력한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온 몸을 예리하게 접은 후 회전한다.
땅속으로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는 굶주림.
입맛을 당기는 맛난 것이 없다.
백만 도의 열기로 화가난 그녀, 폭발한다.
지하의 모든 물질이 뒤죽박죽 섞여 세상 밖으로 던져진다.
이번엔 가로로 두 다리를 힘차게 던진 후 그 힘에
더 강력해진 회전력을 보태 무척 깊은곳까지 파고 들어갔다.
"아, 저거!"
뭔가가 있다. 지체없이 온 몸으로 그것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블랙홀인 그녀는 꼭 파괴만이 아닌 별이나 은하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한다. 그 결과로 인해 수 많은 피조물(모든 물질)들 역시
별 등의 탄생과정 중에 여러 융합과정을 거쳐 생성된다.
그러나 지금은... 그 피조물들을 삼켜야하는 생과 사의 시간이다.
"조금은 나아졌는데..."
아직도 부족함을 느낀다. 다른 더 큰 별로 가고 싶어졌다.
그녀는 늘 배고프기에,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 이웃 별로 떠나려 했다.
그런데, 그래도 다 먹어치우지 못했나?
적잖은 피조물들이 보라색으로 변한 하늘 아래에 남아 있었다.
우연히, 이젠 제일 무거운 철쯤으로 바뀐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그것들을 발견한다.
짜증이 났다. 아니 순간, 두 눈이 불을 뿜으며 몸이 뜨거워진다.
희열이 스친다! "오... 오호라..."
갑자기 이리저리 휙휙 털어내고 상하좌우 훽훽
기이하고 변칙스레 발목과 손목을 틀어 그것들을 공중으로 날려 보낸다.
팔과 다리도 미친듯이 폭주하며 거친 땅가죽을 사정없이 벗겨낸다.
아귀같은 커다란 입은 넙죽넙죽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처연한 피조물들은 이 거대한 검정 휘몰이에 압도되어 꼼짝도 못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붉은 별과 그 이웃 별들이 속한 R태양계 외에도, 멀리 떨어진
십수 개의 다른 태양계들도 다 먹어치운 100억 살의 거대한 그녀는
이제 먹을 것이 바닥나 점점 안으로 수축하고 있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에너지를 치열하게 모으고 소화하고를 반복했다.
다른 사냥감를 찾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오히려 그녀의 몸을 더욱 읖조였다.
G태양계로부터 얻은 최후의 에너지가 다하고,
두 손바닥을 거울처럼 비추며 안녕이라 잠깐의 인사를 한다.
드디어 마지막 단계의 초극렬회전이 시작되었다. 수평으로, 수직으로.
무시무시한 속도와 압력으로 수축하던 그 짧은 시간이 흐른 후
상상을 초월하는 무한대 밀도의 작은 점이 된다.
찰나의 순간, 공간을 찢어 놓으며 대폭발 한다.
시간마저 멈춰버린 강렬함으로 대단원을 장엄하게 끝낸 그녀!
잠에서 갓 깨어난 그때의 날카롭고 무서운 그리고 호기심어림과는 달리
평온하였다. 완벽한 아름다움이었다! 입가엔 끝모를 미소를 머금고...
이 은하계에서의 과정은 끝났다. 그러나 다시 시작된다.
다른 시간에,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
검은 에너지가 쏟아져 나오는 그녀의 새까만 눈과 입.
다른 우주로 그녀의 분신들이 날아간다, 본연의 검정으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또 다시 날개를 펴고, 눈을 부릅뜬 채,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그 미지의 검정속으로 모든것을 빨아들인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블랙홀의 시간이
조금 느리게 간다는 것을 계산해냈다.
만약 블랙홀의 압력을 견디며 그 중심 주위를 몇 년간 돌다가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몇 배 정도 후의 미래 시간을 만날 것이다.
그녀가 만들어 낸 반대편의, 시간이 빨라지는 하얀 화이트홀로
갔다가 돌아오면 이곳은 과거의 시간일 것이다.
그녀가 구현해낸 엄청난 중력의 초월적 죽음의 춤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모두를 여행할 수 있다.)
태초의 검정이 우주를 열고 필연적으로 만들어 낸 그녀 블랙홀.
그녀가 휘몰아 추는 검정의 춤은 무한(無限)이다.
그것은 피조물이 생을 다하는 그 순간까지도 숨막히게 아름답다.
사멸(死滅)이 아닌 무한하게 다시 조합되어 부활하는 재생(再生).
수 조 도 온도의 뜨거운 작은 점이었던 검정으로부터
200억 년 후의 광활하게 확장된 우주도 그 전체 질량은 똑같다.
미래의 어느 시점, 작은 우리와 거대한 우주의 모든것은
처음에 왔던 검정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또 언젠가 반대편인 하양으로도 다시 태어난다.
때론 중간태 빨강과 파랑으로도, 운 좋으면 노랑과 초록과 보라로도.
그녀의 무섭도록 아름답고 가공할 검은 에너지, 죽음의 무도!
그 속에 우주의 모든것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