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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뉴스 2012

김연아와 그 적(敵)들

긴머리 2012. 6. 20. 22:13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글이라 올려봅니다. 팩트와 주장...!! 이의철 기자님 멜씨복꾸~

황상민 교수, 자기 절제도 못하는 못된 철부지 어린아이 같았던 그에게 

이 글을 꼭꼭 읽혀주고 싶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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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연아와 그 적(敵)들





  금융부 이의철 기자2012.06.19 11:01



'은행은 비 올 때 우산을 뺏는다.' 이것은 팩트인가 주장인가. '현재의 서민금융 지원책은 금융소비자들의 모럴 해저드를 조장한다.' 이 명제는 어떤가. 

 

팩트와 주장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항상 그것을 구별하도록 훈련받은 기자들도 그렇다. 어떤 점에선 이를 구별하는 일은 개인의 교양과 경험, 역량과 철학이 녹아 있는 종합예술이다. 

 

그래서일까. 현실은 척박하다. 많은 신문이나 방송이 팩트와 주장을 혼돈한다. 때론 의도적으로(?) 팩트를 왜곡하기까지 한다. 정부나 학계, 시민단체조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인터넷을 달군 황상민ㆍ김연아 사태에서 기자는 '팩트와 주장'을 구별하지 못하는(정확히 말하면 '않는') 대한민국 지식인 사회의 척박함을 본다.

 

사건의 발단은 황상민 연세대 교수가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연아 교생실습은 쇼"라고 비판한 데서 출발했다. 이후 김연아 측이 명예훼손이라고 황 교수를 고소했고, 황 교수는 "학생이 교수를 고소하다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김연아 측은 황 교수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팩트를 알기 위해선 관련자들의 발언을 날것 그대로 들어보는 게 좋다. 인터넷에서 '황상민ㆍ김연아'를 검색어로 넣으면 수십 개의 관련 동영상, 심지어는 녹취록까지 나온다. 바쁜 독자들을 위해 녹취록의 일부를 전한다.

 

먼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황 교수가 한 말. "고대요? 김연아가 연대를 가야지, 어떻게 고대를 가요?" "고대는 수업 안 들어도 다 졸업시켜주는 그런 학교인가 보죠?" "(연아가) 교생실습을 성실하게 한 것은 아니고요. 한다고 쇼를 한 거죠." "김연아 선수의 부모가 선생님이 되려고 하는 연아한테 뭔가 잘못 가르치고 있어요."

 

다음엔 종편채널에 출연해서 한 말. "대한민국에서 김연아는 무조건 여신이고 숭배해야 되는 대상인가요?" "쇼를 쇼라고 이야기하는 게 왜 명예훼손인가요?" "학생임에도 교수를 고소하는 심리 상태라면 이미 자기 기분에 따라서 조절이 안되고 주위 사람을 우습게 생각하는 거예요." "연아는 '소년 출세'를 한 건데 앞으로 나이가 들면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아요."

 

황 교수의 발언 대부분은 주장이다.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잘못 가르치고 있다)이나 어디서 전해 들은 내용(교생 실습 하루 갔다), 확인되지 않은 추정(정신 상태가 이상한 거죠?) 등이다. 문제는 이를 마치 팩트인 양 말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후배 기자가 기사를 이렇게 써오면 아무리 마음이 비단결 같은 데스크도 쌍소리가 나간다.

 

김연아를 소년 출세로 지칭한 것은 맥락에 대한 오해요, 잘못된 비유다. "나이 들면 불행해질 수 있다"는 표현은 교수 입에서 나와선 안 되는 말이었다. 학생이 교수를 고소해선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교수가 학생한테 그런 악담을 해선 안 된다. 

 

백 번 양보해서 황 교수의 발언을 해학과 풍자로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꼼수다' 같은 인터넷 방송처럼 말이다. 그러나 풍자 역시 팩트에 기초해야 힘을 갖는 것이다. 나꼼수가 뜬 것은 특종을 해서지, 그 잡스런 말투 때문은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황 교수가 이번 논란 속에서 스스로를 피해자로 '위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 교수는 현직 교수라는 '권력'을 갖고 있다. 김연아 역시 엄청난 문화 권력임을 부인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팩트가 아닌 일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황 교수 식 표현을 빌리자면 이건 '마녀사냥'이다. 

 

교수라고 농담 못할 것도 아니고, 특정인을 풍자하지 말란 법 없다. 비판할 수도, 낄낄댈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팩트와 주장을 구별할 줄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대학교수, 그것도 연세대 교수로서의 이름값을 하는 것이다. 


아시아경제 이의철 부국장 겸 금융부장 charlie@ / ww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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